<913호> ‘묻지마 살인’ 교회는 어디에 있나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16-06-16 (목) 15:44
‘묻지마 살인’ 교회는 어디에 있나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말없는 태양 아래 한줄기 빛이 내리고, 어디에서 왔나 표정 없는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텅빈 마음들.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주여 이제는 여기에’ 중).
‘금관의 예수’로 알려진 이 복음성가는 1973년 김지하의 동명 희곡에 포함된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였고, 1980년대 들어 양희은이 ‘오 주여, 이제는 그곳에’라는 제목으로 음반에 취입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침 이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얀 목련’ ‘부모’ ‘얼굴’ 등 주옥같은 노래를 부른 양희은은 찬송가 앨범을 많이 만든 가수로도 유명하다.
40년이 훨씬 넘게 흐른 지금 한국사회는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소위 ‘강남역 묻지마 살인’으로 충격에 빠졌다. 현장엔 임시분향소가 설치됐고, 국화가 수북이 쌓였다. 강남역 외벽에 피해자의 죽음을 추모하고 여성차별 사회의 개선을 바라는 1000장이 넘는 쪽지들이 빼곡하게 붙었다. 언론은 여성혐오현상과 ‘남성 대 여성’의 대립구도를 우려하고 있다.
피의자가 신학생이었지만 기독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론이다. 하지만 사회 각계가 이번 사건의 의미와 현상,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진단과 대책 마련에 나서는 반면 종파적 이해관계에는 플래카드들 걸고 종교탄압에 맞서듯이 결연한 태도를 보였던 보수 기독교가 정작 사회병리적 이슈에 침묵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태도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스웨덴 등 주요 서구국가들은 이미 증오범죄방지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여성혐오뿐 아니라 인종·종교·지역·성적지향 등의 ‘차별방지’를 담은 차별금지법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으로 매번 법안 상정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보수 기독교가 이번에는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 받고 있다.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를 ‘오 주여 이제는 그곳에’로, ‘태양도 빛을 잃어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를 ‘어두운 북녘 땅에 한줄기 빛이 내리고’로 바꾸며 우리 내부적 성찰을 북에 대한 비판으로 바꾸는데 동조했던 이들은 ‘눈 가리고 아옹했던’ 행적으로 역사의 웃음거리가 돼버렸으나 이제 엄이도종(掩耳盜鐘)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책임감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지할 곳 없는 현실 속에서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를 외칠 수밖에 없었던 엄혹한 시절을 지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살만한 세상’이 됐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주여 이제는 여기에”를 외치고 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주의 임재를 간구했던 노래가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울림을 전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교회의 헌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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