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호> 용서의 사람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18-08-23 (목) 15:37
용서의 사람

용서 연구의 대가인 엔라이트(En right)는 용서를 개인적으로 깊고 부당한 상처를 준 상대방에게 갖는 부정적 정서·사고·행동 반응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긍정적 정서·사고·행동 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용서가 필요한 사람이고 용서해야 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이번 기획 용서를 통해 우리 삶에 용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실천하길 바란다.


용서가 대안이다!
인간관계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었을 때 상대방에게 분노하고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통쾌해 보이는 복수를 따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원한을 품고 사는 사람도 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오는 반면, 참기만 할 때는 피해가 반복되거나 심신의 병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복수나 억압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오래 전부터 용서가 권장됐다. 심리학자들도 인간관계에서 겪는 분노를 성숙하게 해소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용서를 꼽는다. 용서는 부당하게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켜주고(개인적 측면) 사람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인간관계를 회복시켜줄(대인관계 측면) 뿐만 아니라 종교와 국가 간에 일어나는 갈등도 중재하고 치유할 수 있기(공동체 측면) 때문에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용서가 모든 사람과 모든 문제에 효과가 있다고 단정 짓지는 말되, 용서가 인간관계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으로 인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때가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용서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우선, 용서와 구분해야 할 유사개념들을 여러 학자들이 제시한다. 사면(pardon)은 법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할 대가를 면죄 혹은 감면해 주는 것이지만, 용서는 가해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양해(excuse)는 가해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이지만, 그 행위자의 낮은 지능 같은 불가피한 원인 때문에 문책이나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인데, 비록 손해는 입었지만 원한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용서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묵인(condonation)은 부도덕한 행동을 눈감아 주고 부도덕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인데 반해, 용서는 도덕적 잘못을 용인하지 않는다. 정당화(justification)는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도덕적 잘못으로 보지 않는 것이지만, 용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망각(forgetting)은 시간이 흐르면서 비의도적으로 기억이 지워지는 것이지만, 용서는 자발적이고 의도적인 것이고 오히려 용서하기 위해서 정확하게 기억한다. 화해(reconciliation)는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쌍방이 노력을 기울이는 관계적 및 외적인 행동이지만, 용서는 많은 경우에 용서하는 사람의 개인적 및 내적인 과정이다.
잘못되거나 건강하지 못한 형태의 용서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첫째는 원한 감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빨리 용서해버리는 성급한 용서가 있다. 성급한 용서는 가해자에게서 참회하고 보상할 기회를 빼앗기 때문에 또다시 가해가 일어나도록 조장할 위험이 있다. 둘째는 강요된 용서다. 종교나 상담이나 교육 현장에서 용서라는 덕목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피해자의 감정이나 선택을 무시하고 용서를 강요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셋째는 병적인 용서다. 신경증적 죄책감에 사로잡힌 사람은 부당한 대우 받은 것을 벌로 생각하고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묵인할 수 있다. 넷째는 거짓 용서가 있다. 전통과 문화의 영향으로 사회적 약자가 강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더 심한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 용서한 척 할 수 있다.

용서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용서의 정의는 무엇인가? 용서 연구의 대가인 엔라이트(Enright)는 용서를 ‘개인적으로 깊고 부당한 상처를 준 상대방에게 갖는 부정적 정서·사고·행동 반응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긍정적 정서·사고·행동 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용서의 정의에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의 해소이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은 분노, 증오, 복수심, 배신감, 수치심, 억울함, 우울, 불안 같은 정서적인 영향, 일상생활의 장애, 관계악화, 회피 같은 행동적인 영향, 타인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심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증가, 사고 또는 주의집중 곤란 같은 인지적인 영향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러한 반응들은 상처를 받으면 당연하게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하거나 억압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상처 받은 사건을 되풀이해 반추하다보면 부정적인 반응들이 심화되면서 너무 괴롭고 힘들게 되고 심신의 건강을 위협 받게 된다. 따라서 마음이 편해지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기를 위해서라도 부정적인 반응들을 줄여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이 용서로 이어지게 된다.
둘째,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의 증가이다. 부정적인 반응의 감소는 자기 마음이 편해지는 유익이 있지만, 이렇게 얻는 것만 생각하는 것(for-getting)은 용서라기보다는 잊는 것(forgetting)에 불과할 수 있다. 진정한 용서(forgiving)는 상대방에게 필요한 공감과 용서를 선물로 주는 것(for-giving)이다. 용서를 할 때 생기는 결과는 부정적인 정서가 없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은 정서적인 결과, 만나면 웃기, 대화를 나눔, 관계 개선, 정상적인 생활 영위 같은 행동적인 결과, 가해자를 이해함, 잊어버림, 가해자가 잘되기를 바람 같은 인지적인 결과로 나눠볼 수 있다. 용서를 하면 상처 준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하며, 상처 준 사람을 만나도 부담이 사라지게 되고, 그동안 겪었던 고통에서 해방되며, 상처에 의미를 부여하며 상처 받기 전보다 더 성숙하게 된다. 


용서의 5단계
용서의 길은 용기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머리로 결심하면 용서한 것 같이 느껴지다가도, 상처를 떠올리면 이내 가슴은 분노와 증오로 휩싸여 버리기 쉽다. 따라서 용서를 제대로 하려면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용서해야 한다. 용서 연구의 또 다른 대가 워딩턴(Worthington)은 머리로 하는 결단의 용서(decisional forgiveness)와 가슴으로 하는 정서 대체의 용서(emotional forgiveness)를 구분하며, 진정한 용서는 상처를 떠올려도 더 이상 부정적인 정서가 떠오르지 않고 긍정적인 정서가 떠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용서에 이르는 5단계인 REACH 모형과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은 ‘용서와 화해’(IVP)를 읽어보기 바란다. 이 단계에 따라 혼자 용서를 시도할 수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와 함께 해볼 수도 있다. 단, 작은 상처부터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과 인물을 떠올리며 시도해보는 것이 더 좋다.

1단계 상처의 회상(Recall the hurt)
상처는 경중에 따라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용서하기 힘든 큰 것까지 다양할 수 있다. 용서하려면 상처를 생생하게 기억해야 한다. 상처를 떠올리면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반응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성령에게 위로자가 돼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또한 천천히 심호흡을 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도 필요하다. 처음에는 자세하게 회상하며 다양한 정서를 느끼고 표현해보고, 그 다음에는 부정 정서를 절제하면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정서에 이름을 붙여보고 상대방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지 상상해본다.

2단계 가해자에 대한 공감(Empathize)
상처 준 사람을 비난하면 분노는 조금 풀릴지 모르나, 부정적인 반응을 줄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회복해서 용서에 이르려면 상처 준 사람에게 공감해야 한다. 공감에는 세 수준이 있는데 가장 낮은 수준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고, 중간 수준은 정서적으로 상대방에게 동화돼 함께 느끼는 것이며, 가장 깊은 수준은 상대방에게 긍휼을 느끼는 것이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감의 은사를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처 준 사람의 성장배경과 상처 받은 경험 그리고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본다. 상대방이 보내는 해명의 편지를 상상해서 작성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해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볼 수도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상처 준 사람이 연약하고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고, 상처 받은 경험 때문에 상처 주는 것을 반복하는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3단계 용서의 이타적 선물(Altruistic gift of forgiveness)
상처 준 사람에게 공감이 됐다면, 스스로에 대해서 겸손하게 바라보는 작업도 필요하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기 때문에 가해자와 다르지 않다는 점, 우리도 누군가에게 용서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는 점, 우리나 가해자나 모두 인간이기에 실수하고 상처 주지만 용서받고 용서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겸손하게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받은 적이 있는 용서의 선물을 상처 준 사람에게 선물로 주면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품위가 올라가게 된다. 

4단계 용서의 선언(Commit publicly to forgive)
마음속으로만 용서할 경우, 상처 받은 기억과 함께 부정적인 정서가 갑자기 떠오를 때 자신의 용서가 진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상처 준 사람을 보거나, 다른 사람이 비슷한 상처를 입는 것을 보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같은 사람에게 또 상처를 받으면 회의감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회의감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되 마음속에만 용서를 간직하지 말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용서한 것처럼 행동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고 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거나, 용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거나, 용서를 글로 적어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용서했다고 말한다면 용서의 결심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 

5단계 용서의 지속(Hold on to forgiveness)
용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용서했음을 의심하지 말고, 가끔 상처 받은 기억이 떠오르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상처보다 다른 것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음이 흔들릴 때 용서에 대해 기록한 글을 다시 읽어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용서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도 좋다. 혹 용서를 방해하는 다른 큰 상처가 과거에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용서 챔피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도 힘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용서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건을 용서하기 위해 또 도전해 용서의 성품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용서할 힘이 없는 사람은 사랑할 힘도 없다. 가장 악한 사람 속에도 선이 있고 가장 선한 사람 속에도 악이 있다. 그것을 깨달으면 원수를 미워하는 성향이 줄어든다”라고 말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조언을 기억해, 용서의 사람, 즉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람이 되는 여정에 도전해보기 바란다.

정리 김진영 domabeam13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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