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5호> 보양식은 없다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21-07-15 (목) 10:04
보양식은 없다

여름 보양식의 허구와 채식 보양식

7월 11일은 초복이었다. 초복은 중복, 말복과 함께 ‘삼복’으로 불리며 여름철의 매우 더운 기간을 일컫는다. 그리고 복날이 되면 삼계탕, 장어, 낙지, 민어 등의 보양식을 먹으며 기력을 보충한다. 그런데 이러한 보양식은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 그리고 채식으로 그 역할을 감당 할 순 없을까.

보양식의 기원과 역사
우리는 언제부터 보양식을 먹어왔을까. 황광해 음식평론가는 한식진흥원을 통해 발표한 칼럼에서 “보양식은 없다”고 주장했다. 보양식은 한문으로 ‘保養食’ 혹은 ‘補陽食’이다. 첫 번째 보양(保養)은 잘 보호하고 기른다는 뜻으로 여름에 먹는 보양식과는 관련이 없다. 두 번째 보양(補陽)은 양기를 북돋워 준다는 뜻이다. 민어, 장어, 닭, 보신탕 등을 먹는 것을 이른다. 그런데 조선시대엔 여름철 보양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먹는 일이 없었다. 홍석모(1781~1850)가 쓴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개장(狗醬)국 끓이는 법과 “여름철에 먹으면 시원하고 여름나기 좋다”는 문구가 있지만 조선시대 개고기는 별식(別食)이 아니라 상식(常食)이었다.
여름철에 민어를 먹는 것은 양력 7, 8월에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교산 허균(1569~1618)은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의 마지막 편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민어 등은 서해안 전역에서 두루 많이 잡히기 때문에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민어탕이 반가의 보양식’이란 말은 근거가 없다.
보양식의 대표격인 삼계탕은 1960년대 무렵 처음 시작된 음식이다. 삼계탕에 사용하는 수삼(水蔘)은 냉장 유통이 필수다. 조선시대의 삼은 원래 산삼이었는데 영, 정조 시대를 지나면서 가삼(家蔘)의 양식 재배가 시작된다. 덕분에 인삼이 비교적 흔해졌지만 국가는 인삼과 홍삼을 엄격히 관리했다. 조선시대에 인삼이 들어간 삼계탕은 없었다.
조선시대 닭요리는 물로 찐 수증계(水蒸鷄), 연계백숙(軟鷄白熟), 닭고기가 들어간 연포탕 등이다. ‘영계백숙’은 없었다. ‘영계’는 ‘Young’과 ‘鷄’의 합성어다.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의 일종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영계(英鷄)가 등장하지만 이는 석영(石英) 먹여 기른 닭이라는 뜻이며, 이 닭을 먹는 것이 아니라 “영계가 낳은 달걀이 효험이 있다”는 중국 ‘본초강목’(本草綱目)의 기록을 옮긴 것일 뿐이다.

의사들이 추천하는 보양식은? 
그렇다면 보양식은 정말 없는 것일까. 오늘날의 의사들도 보양식을 추천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제철과일이다. 김규남 인제대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일이나 채소엔 칼륨이나 미네랄, 수분,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여름철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영양소를 보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미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물을 추천했다. 박 교수는 “여름철 체력 저하의 근본 원인은 땀의 과다한 배출이기 때문에 줄어든 수분을 직접 보충해 줄 수 있는 물을 자주 마시라”며 “한여름 오후만 되면 피곤한 증상은 체내 수분 부족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했다.
제철과일과 물이 최고의 보양식이란 의사들의 추천. 머릿속에선 이해하지만 선뜻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조언대로 채식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예를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비건 스포츠 스타들
비건(vegan)은 식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식생활 또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세계적인 운동선수는 항상 뛰어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프로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는 매년 체력관리를 위해 1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몸 관리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스포츠 스타들 중에도 비건이 있을까?
먼저 세르비아의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를 꼽을 수 있다. 그는 7월 11일(현지시각) 2021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하며 한 시즌에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골든 그랜드슬램에 한 발짝 다가섰다. “윔블던을 집어 삼켰다”고 현지 언론이 표현할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그는 대표적인 비건이다. 그는 더 강인한 체력과 신체능력을 얻기 위해 비건을 선택했다. 그리고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역시 테니스 스타인 비너스 윌리엄스(Venus Williams)는 그랜드슬램 타이틀 7개와 50회에 가까운 WTA 토너먼트 기록을 가지고 있어 역사상 가장 성공한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그런데 2011년 그는 ‘쇼그렌증후군’(Sjogren syndrome)이란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고 은퇴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그는 의사의 조언으로 완전채식을 선택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코트로 복귀해 변하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자동차 경주대회 중 최고 레벨인 포뮬러1에서 전설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의 아성을 위협하는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은 대표적인 비건이다. 그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세상을 정말 아프게 하고 있다”며 “가축 사육으로 인한 오염은 비행기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오염보다 훨씬 높다”고 비건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이들은 단지 자동차를 운전할 뿐이기에 체력 소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뮬러1 운전자는 시속 300㎞를 넘나드는 속도의 주행 도중 생기는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하며, 차량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단열제를 제거하는데 주행 중 운전석의 온도가 50℃가 넘어가는 일은 다반사다.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도 그는 여전히 비건이며,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펠레, 마라도나와 비견되며 축구 역사상 최고의 기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는 데뷔 초반 기량은 최고지만 부상이 늘 발목을 잡아 ‘유리몸’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2008/09시즌 과르디올라(Josep Guardiola) 감독이 FC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부임하고, 채식 중심으로 식단을 변경하도록 했다. 그 시즌부터 메시는 시즌 전체를 소화해도 부상이 없었으며, 지금은 유리몸이 아닌 강철몸으로 불린다.

점점 늘어나는 비건 인구
비건을 선택하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연주 롯데마트 PB팀 연구원은 “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채식을 선택한 사람은 1억8000만 명이며, 완전채식인구는 54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150만 명이 채식을 하고 있으며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채식인들이 늘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삼복더위에 가장 좋은 보양식은 제철과일과 물이며, 최고의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 스타들이 앞 다퉈 채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삼복더위에 채식으로 보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열리게 하신 씨 맺는 과일과 채소로 말이다.

권태건 aux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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