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9호> 우리는 미세플라스틱 피해자이며 가해자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21-06-08 (화) 10:50
우리는 미세플라스틱 피해자이며 가해자

해법은 최대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에



우리는 매일 아침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일터에 도착하면 종이컵에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마시며 일을 시작한다.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기 전엔 물티슈로 손을 닦는다. 목이 마르면 생수를 사 마시고, 입이 심심할 땐 비닐봉지에 든 견과류나 과자를 사먹는다. 우리는 매일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에 건강을 위협당하는 피해자인 동시에 끊임없이 미세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가해자다.

 미세플라스틱이란?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5㎜ 미만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상존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미세플라스틱이라는 말이 학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4년이며, 2010년대 들어 오염 실태와 생태계 영향, 인체 영향 관련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 심각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4년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전 세계 10대 환경문제 중 하나로 발표한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 어디까지 퍼졌나?
미세플라스틱은 발생 원인에 따라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의도적으로 만든 미세플라스틱이다. 치약, 세안제, 화장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알갱이가 대표적이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과 파편이 풍화·마모되며 생긴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은 2차 미세플라스틱이다.
인간 활동에 의해 생성된 미세플라스틱은 지구 전체에 널리 퍼져 있다. 해양은 이미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플라스틱수프’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지하수와 수돗물,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국내의 경우 금강, 낙동강, 한강의 물과 어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고, 일부 정수장에서도 검출됐다. 
목포대 연구진이 2017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10개월 동안 시판 천일염을 분석한 결과,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시는 인간이 배설한 대변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해 국적이 서로 다른 지원자 8명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음식 제한 없이 일주일 동안 자유롭게 식사하도록 하고, 그 기간 동안 이들의 대변 시료를 채취해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모든 참가자의 대변에서 1g당 18~17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플라스틱으로 만든 각종 소비자용품, 합성섬유 의류, 그물이나 밧줄, 부표 같은 어업 및 양식업 도구, 비닐필름 등 농업용품, 각종 플라스틱 재질의 산업용품 등은 물리화학적 풍화 또는 인위적인 마모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자연으로 배출한다. 이들 미세플라스틱의 주된 배출원에 대해 학계에서는 대체로 섬유와 타이어 조각, 운송 중 유실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에 있는 2차 미세플라스틱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형태는 미세섬유다. 해양   심층수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 쓰레기 역시 미세섬유다. 북극의 한대수역 심해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대부분(약 95%)은 미세섬유였다.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유럽 해양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60~80%를 섬유가 차지하고 있다.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제품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1900개 이상의 미세섬유 조각이 방출되며 그중 일부는 세탁기에서 여과되기에 너무 작아 배수구로 배출된다.
타이어 분진도 주요한 미세플라스틱 중 하나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등은 자국 내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타이어 마모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타이어에서 갈려 나온 플라스틱 조각은 비와 바람에 쓸려 강으로, 바다로 향한다. 해상무역의 비중이 큰 한국의 경우 선박수송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미세플라스틱의 생태계 영향 연구는 크게 두 범주로 나눈다. 첫째는 미세플라스틱 입자 자체가 미치는 물리적 영향이다. 미세플라스틱의 물리적 영향으로 대표적인 것은 미세플라스틱 섭취로 인한 영양 감소, 내부 장기 손상, 염증 반응 등이다. 생물의 체내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기 내부에 상처를 입히고, 소화 작용을 약화시켜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일 우려가 있다. 특히 플라스틱 입자가 작을수록 더 위험하다. 입자가 작을수록 생체조직의 장벽을 통과해 혈관이나 모세혈관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세플라스틱의 화학적 영향이다.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된 첨가제가 침출되면서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첨가제 중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등은 대표적인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이다. 비스페놀A는 갑상샘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고, 생식 독성과 발달장애 및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프탈레이트는 생식계 발달장애, 기형 등 다양한 독성을 유발한다.
미세플라스틱의 첨가제로 인한 연구 가운데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프랑스와 벨기에 과학자들이 성체 굴을 2개월 동안 미세플라스틱에 노출시킨 2016년 실험이다. 그 결과 굴의 난모세포 수는 38% 감소했다. 직경도 5% 줄고 정자 속도도 23% 떨어졌다. 국내 연구진의 2019년 분석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의 생물 독성은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만성적으로 노출될수록 높아졌다.
그런데 아직 미세플라스틱과 첨가제, 잔류성유기오염물질, 중금속 등이 사람의 체내 어디에 쌓이고, 어떻게 작용하며, 얼마나 쌓여야 악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태다. 앞서 언급한 연구들 역시 동물실험이나 사람의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미세플라스틱 오염
유럽연합(EU)은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EU 화학물질청(ECHA)은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들에 대한 규제를 올해 안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화장품과 세제 및 유지 제품, 의료기기, 농업 및 원예 제품들이 대상이다.
한국도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나선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정’과 ‘각질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화장품 및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사용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미세플라스틱 규제를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까지 넓혔다.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캠페인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42개국 100개 NGO가 참여하고 있는 ‘비트 더 마이크로비즈 재단’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생활용품 관련 정보를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련 지식 등을 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매년 막대한 양이 자연으로 배출되고 있는 미세·초미세 플라스틱이 일단 자연 중으로 배출되면 현재의 과학기술론 다시 수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해법은 현재로선 자연 으로 최대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권태건 aux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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