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6호> 왜 바꾸려 하고, 왜 막으려 할까?
기자 : 재림신문사 날짜 : 2021-05-21 (금) 11:25
왜 바꾸려 하고, 왜 막으려 할까?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통해 본 가족의 정의와 변화



‘가정’의 정의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이 가족의 정의를 바꾸려고 하고 기독교계는 반대하고 나섰다. 양 진영은 왜 바꾸려 하고, 왜 막으려 할까.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이란?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는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이하 제4차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가족 형태 다변화와 개인 권리에 대한 관심 증대 등 시대 흐름을 감안해 다양성과 보편성, 성평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족정책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혼인, 혈연, 입양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현행 법률의 개정을 추진한다.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9.8%로 줄어들고, 1인 가구(30.2%)나 2인 이하 가구(58.0%)의 비율이 커지는 등 가족 형태가 다양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려는 취지다.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을 개정해 동거·사실혼 부부, 돌봄과 생계를 같이 하는 노년 동거 부부,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가족과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방침이다.
자녀의 성(姓)을 결정할 때 아버지 성을 우선하던 기존의 원칙 대신 누구 성을 물려줄지 부부가 협의해서 정하게 된다. 미혼모가 양육하던 자녀의 존재를 친부가 뒤늦게 알게 됐을 때, 아버지가 자신의 성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민법 조항도 개정한다. 친모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거나 친모가 협조하지 않으면 출생신고가 불가능했던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차별도 없앤다.
결혼 관계 밖에서 태어난 자녀를 ‘혼외자’로 구분해 민법과 출생신고서에 표기하는 기존 친자관계 법령도 개정을 검토한다. 

바뀐 가구 지형에서 비롯
제4차 기본계획은 바뀐 가구 지형에서 비롯됐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5년 27.2%이던 1인가구 비중이 올해 1분기에는 40%가량으로 늘었다. 그중 20,30대가 34.8%를 차지한다. 반면 전형적인 가족 형태로 여겨지는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 비중은 2019년 기준 29.8%로 줄었다. 정부가 민법에서 아예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거나 부모 혼인 여부에 따라 자녀를 구분 짓는 ‘혼인 외 출생자(혼외자)’ ‘혼인 중 출생자(혼중자)’ 용어 폐기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주목받은 방송인 사유리(본명 후지타 사유리) 씨처럼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한 가정, 비혼 동거 가구, 1인가구 등도 각종 제도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법적 가족으로 인정할지 논의할 방침이다.

기독교계에선 반대 목소리 높아
정부가 제4차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전통적 가족 형태를 중시하는 종교·보수성향 시민단체는 “가족제도를 해체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계획을 발표한 4월 27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전통적 가정과 가족의 해체 및 분화를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혼 출산까지 가족으로 포함할 경우 무분별한 출생이나 부모가 자녀 성을 정하는 과정에서 형제·자매의 성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이다.
4월 29일 출범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반대 전국 단체 네트워크’(이하 건반넷)는 출범과 동시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건반넷은 기독교·천주교·불교 등 범종교계 753개 시민단체가 건강가정기본법에 반대하며 결성한 연합체. 이들은 ‘여가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 진정한 가족과 가정을 위한 정책을 구현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라도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지나치게 진보적이고, 기존의 가족 가치를 부정하는 사고를 기초로 한 것으로 수립 단계부터 여러 반대의견이 있었고, 이미 여러 사회·시민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제도 변화 반드시 필요하단 지적도
성평등 선진국가로 도약하고 초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 가족제도 변화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제도 변화를 호주제 폐지에 빗대며 ‘부계혈통중심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가 겪는 진통으로 봤다. 신 교수는 “유엔이 전 세계 성평등 추진전략 첫 번째로 꼽는 내용이 자녀의 부모 성 선택”이라며 “실제로 자녀 성을 마음대로 정하라는 뜻이 아니고 한국 사회가 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변했다는 메시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혼인·혈연·입양 외에 다양한 관계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은 혼인 기피현상 등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거부하는 청년층 사이에서 초저출산 문제를 해소할 실마리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족에 대해서는 이들이 문화, 인종,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차별이나 편견에 시달리지 않도록 다문화가족지원법에 혐오발언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아울러 다문화가족의 영유아기·학령기 자녀에게 방문교육과 언어발달 도움을 제공하고 청소년기 자녀에게는 이중언어 역량을 개발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중도 입국하는 청소년기 자녀에게는 조기 적응을 위한 정책도 펼친다.
자녀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속에서 제외시키는 일명 ‘구하라법’ 도입도 검토한다. 가족 공동체 간 재산 등에 대한 권리관계를 명시하고 분쟁 해결 방안을 담은 안내서(매뉴얼)도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법률혼이나 혈연이 아니면서 서로 돌보는 관계에 있는 대안적 가족도 유족급여·보상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동성결혼 합법화의 초석 될까 우려
기독교계가 제4차 기본계획을 우려하는 것은 이 계획이 동성결혼 합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윤청실 한국연합회 가정봉사부장도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평등’으로 수정해 가족구성에 있어 성(性)의 구별을 없앴기 때문에 사실상 동성혼을 염두에 두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부장은 “동성애에 관한 성경의 관점은 명백하다”며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고 하며(레18:22), 남색하는 자와 남자에게 몸을 파는 미동(美童:남자에게 몸을 파는 남자아이)이나 남창에 대해서 성경은 명백히 가증한 것(신23:17)임을 신구약 모두에서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동성혼에 대한 재림교회의 원칙은 명백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됐고, 미국의 감리교, 루터교, 성공회 등의 교단은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도 허용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합법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림교회 대부분의 성도는 재림교회의 결혼 원칙을 이해하고 지지한다. A 장로는 “동성애는 죄악이 분명한데, 죄악을 죄악이라 부르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B 장로는 “세상의 법이나 원칙이 교회와 다른 것은 이해하지만 법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청년층은 신중한 시각이다. C 청년은 “이 계획이 동성혼 합법화로 가는 것은 반대한다”면서도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차별’ 같은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청년은 “사람이 만든 법은 맹점이 있기 마련이다”며 “법을 통해 뭘 어떻게 하기 보단 의식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재림교회가 가진 결혼 원칙엔 변함이 없지만 세계적인 추세로 본다면 재림교회도 머지않아 성소수자에 관한 문제가 현실로 다가올 때가 올 것이다. 그럴 때 많은 고민과 자살의 위험성을 가진 자들을 거절하고 정죄하기보다, 예수님이 그러하신 것처럼 다가가 친구가 돼줄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할 것이다.

권태건 aux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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